내가 읽은 시

아배생각 - 안상학

공산(空山) 2015. 12. 21. 18:58

   아배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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