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스노볼 - 주민현

공산(空山) 2020. 5. 23. 19:11

   스노볼

   주민현

 

 

   겨울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겨울, 을 하나씩 갖게 되고

   눈을 뭉쳐 던지는 아이들을 지나치며 떠올렸네

   죽어가는 고양이의 심장을 마사지하던 겨울과,

   차가운 가슴에 더 차가운 뺨을 대던 어느 겨울과,

   눈 위에 간지러운 말들을 쓰던 그보다 더 먼 겨울과,

   겨울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하나씩 간직하게 되고

   좀처럼 올려다보기 힘든 햇빛 속에 서서 생각했네

   눈이 밟혀 부서지는 소리는

   꼭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 같다고,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햇빛 속에 눈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어딘가가 함께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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