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마을
윤희상
일찍이 이 마을에는 종이로 만든 하늘이 있었고
종이로 만든 땅이 있었다
종이로 만든 사람들은 종이로 만든 집을 짓고,
종이로 만든 아이를 낳고 살았다
종이로 만든 나무도 있고 종이로 만든 숲도 있었다
당연히 종이로 만든 새도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더러 종이로 만든 새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종이로 만든 장애인 학교는 세우지 않았다
종이로 만든 쓰레기 시설을 만드는 것도 싫어했다
종이로 만든 화장터를 짓는 것도 싫어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이 마을 사람들은 아프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결국 죽지도 않았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른 부는 아침 - 강성원 (0) | 2019.11.03 |
---|---|
동사무소로 간다 - 금란 (0) | 2019.10.29 |
장담은 허망하더라 - 유병록 (0) | 2019.10.27 |
가난한 가을 - 노향림 (0) | 2019.10.18 |
또 다른 생각 - 이수익 (0) | 2019.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