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지의 세계
황인찬
저녁에는 양들을 이끌고 돌아가야 한다
희지는 목양견 미주를 부르고
목양견 미주는 양들을 이끌고 목장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생활도 오래되었다
무사히 양들이 돌아온 것을 보면
희지는 만족스럽다
기도를 올리고
짧게 사랑을 나눈 뒤
희지는 저녁을 먹는다
초원의 고요가 초원의 어둠을 두드릴 때마다
양들은 아무 일 없어도 메메메 운다
풍경이 흔들리는 밤이 올 때
목양견 미주는 희지의 하얀 배 위에 머리를 누인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익힌 콩과 말린 고기가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것이 희지의 세계다
희지는 혼자 산다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 수업 - 황인찬 (0) | 2019.05.11 |
---|---|
종로사가 - 황인찬 (0) | 2019.05.10 |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0) | 2019.05.02 |
앵두의 길 - 이경림 (0) | 2019.04.25 |
나무, 사슴 - 이경림 (0) | 2019.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