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고양이의 교양 - 정한아

공산(功山) 2019. 1. 7. 20:08

   고양이의 교양

   정한아

 

 

   중성화라는 말은 참 중립적이다

   자기 안의 야생성을 두고 사람들은

   자연이라고도 하고 비인간이라고도 한다

   나는 내 시를 중성화해야 할지, 울게 내버려둬야 할지

   에라, 모르겠다, 우리 집 고양이는 사춘기

   온 집안사람들을 물고 할퀴고

   가둬두면 문을 긁어대며 울어대며

 

   밥과 변기만으로 살 수 있겠냐고, 이 잡식하는 벌거숭이 종자들아,

   뭔지 모르겠지만 내 안엔 해방되어야 할 난폭함이 있다고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

   정작 난폭한 건

   짐승과 함께 살기로 한 마음이었는지, 나는 뭐

   짐승 아닌가? 난 중성화도 안 했는데 아니,

   교양을 쌓았잖어 날마다 무언가를 (거의 모든 것을)

   참으며 자기가 자기를 중성화하며 그것이

   교양 아닌가 우리 집 고양이의 사춘기에

   날뛰는 야생을 문 뒤에 두고 교양을 쌓고 있는

 

   나와, 나의 닳아버린 송곳니와, 그러나

   여전히 꺼칠한 혓바닥과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씨로

   승화된 난폭함

 

   중성화라는 말은 참 중립적이다

   물어뜯고 싶은 것들이 세상에 이토록 가득한데

   기특하게 사람들이

   아무튼 거리를 활보한다

 

 

  『울프 노트 문학과지성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