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딱새가 답해주지 않은 것
정한아
누가 불러 나가본 가을 저녁 그녀는
아파트 정원에 모로 누워 있었다
꿈꾸듯 눈을 반쯤 뜨고
두 발을 쭉 뻗고
날아가던 모습 그대로
가슴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꽂고
방금 전까지 파닥이던 날개와 미세근육과
방수기능이 있는 깃털과
콩닥거리던 크림색 가슴
공중에 놓였던
가늘고 긴 발가락
작고 가볍고 가냘픈 어떤 삶이
자기의 전체를 가져다 놓고 무언가가
사라졌는데
작고 가볍고 가냘파서
금방 식어버려서
점점 바래가는 꽁지의 푸른빛으로부터
무언가 분명해졌으므로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슬픔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기로
―계간《시와 사람》 201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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