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거지시인 온다 - 김규동

공산(功山) 2018. 11. 5. 23:28

   거지시인 온다

   김규동(1925~2011) 

 

 

   철없는 모더니스트 시절

   명동에서

   내 친구들이

   새카만 얼굴의

   천상병이 나타나면

   야, 저기 거지시인 하나 온다라고

   우스갯소리 했지요

   상대 나왔다는 친구가

   뭐 저러냐

   너 또 200원 줘라

   그렇잖아도 널 알아보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빈정댔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때 천상병이를 거지시인이라 놀려주던

   친구들은 다 시인이 못 되고

   천상병이는 시인으로 남게 되었군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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