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속수무책 - 김경후

공산(功山) 2018. 10. 30. 18:31

   속수무책

   김경후 (1971~ )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 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