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름
문태준(1970~ )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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