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어떤 부름 - 문태준

공산(功山) 2018. 9. 7. 09:36

   어떤 부름

   문태준(1970~ )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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