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어머니 - 오세영

공산(功山) 2018. 6. 2. 18:57

    어머니 

    오세영(1942)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 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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