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의 이야기
심재휘
오랫동안 비를 좋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비보다는 비가 오는 풍경을 좋아한다고 해야 맞아요
후드득 쏟아지는 비의 풍경 속에는
경청할 만한 빗소리가 있지요 그리고
비를 피해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들의 젖은 어깨
흙탕물을 간신히 피해 가는 짐차들의
덜컹거리는 불빛과
비가 새는 거리 아이들의 저녁
사실은
비에 젖지 않고도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요
고백하자면 나는
창밖의 비보다는
창안의 나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야 옳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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