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흠향(歆饗) - 박연준

공산(功山) 2018. 3. 7. 22:19

   흠향(歆饗)

   박연준(1980~ )

 

 

   꿈속에서 아버지가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사라졌다

   실눈을 뜨고

   잠에서 겨우 달아났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사과 깎는 소리

 

   발을 길게 끌며 향기가

   둥글게 깎여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