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6년 뒤
박상순
훔친 구두를 신고
훔친 가방을 메고
소풍을 갔다
발등에 족쇄 같은 고리가 달린
여자아이의 구두를 신고
어수선한 닭집 옆
주렁주렁 매달린
시장바구니 하나를 훔쳐
소풍을 갔다
풀밭 위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선생님은 구두를 먹고
아이들은 내 찢어진 반바지와 바구니를
김밥처럼 먹으며
내게 말했다
구두에게 말했다
바구니에게 말했다
—너, 집에 가!
—『6은 나무 7은 돌고래』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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