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무성하게 자란 묵은 밭에서 풀을 베다가 꿩알을 발견하였다. 모르고 주위의 풀을 거의 다 베어 버린 건 나의 실수였으나, 예초기 날에 꿩알들이 한 개도 다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놀라서 날아갔을 어미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한참 후에 가봤더니 특유의 보호색과 검불로 감쪽같이 위장한 어미는 다시 알을 품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하지 않는 저 끔찍한 모성애! (아래 두번째 사진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을 품고 있는 까투리가 있는지 잘 모른다.) 풀을 베고 사진까지 찍었으니 까투리와 장끼 부부에겐 이래저래 미안한 날이었다. 그늘이 없어졌으니 알을 품는 어미의 등은 땡볕에 얼마나 뜨거울까. 아무쪼록 알들이 모두 무사히 부화해서 아홉 꺼병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