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텃밭에는 젊은 호두나무가 네 그루 있다. 15년쯤 전에 1년생 실생 묘목을 사다 심었는데 호두가 열리기 시작한지도 칠팔 년은 된 것 같다. 새로 축대를 쌓고 지반을 고른 척박한 땅에 심어서 그런지, 두더지들이 뿌리 밑 땅속에 굴을 하도 뚫어서 그런지, 혹은 동해를 입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그루는 몇 년 전에 죽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네 그루만은 죽이지 않기 위해 해마다 나무 밑의 땅을 일구어 두더지 굴을 메꾸기도 하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곤 한다. 그런데, 지금 그 호두나무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호두나무는 암수한그루(자웅동주)로 알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까지도 네 그루 모두에 호두가 열렸었는데, 올봄엔 가운데에 서 있는 한 그루만 지금 수꽃을 주렁주렁 피웠다. 자세히 보니까 암꽃은 수꽃을 피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