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멀리 앞산 밑 떡방앗간에 쑥떡을 하러 간다는 아내와 처형을 쑥 보퉁이와 함께 차로 모시고 갔지만 떡방앗간 주인장과의 약속이 어긋나 너덧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부근의 선지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거기서 멀지 않은 대구수목원으로 갔다. 그러잖아도 오랜만에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인연은 늘 이렇게 뜻밖에 다가오는 것이었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이 수목원이, 한 십오 년만에 다시 와 보니 많이 울창해져 있었다. 산자락으로 난 산책로를 좀 걷다가 내려와서 아내와 처형은 나무 그늘의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목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다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고, 나는 몇몇 떨기나무와 큰키나무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서 수목원을 헤매기 시작하였다. 먼저 오솔길 옆에 서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