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山家)는, 9남매(5남4녀) 중 셋째로 태어나 본가에서 '숟가락 몽댕이 하나도 타 나오지 못한' 아버지와, 6남매(5녀1남) 중 둘째로 태어나 사실상 친정의 가장(家長) 노릇을 해야 했던 어머니가 만나 가정을 꾸려 평생을 사시던 곳이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던 곳이다. 물론 예전에는 초가였지만,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야 문명의 혜택을 입어 함석지붕으로 바뀌었었다(전기도 중학교 2학년때 들어왔다). 지붕만 바뀌었을 뿐 작고 천장이 낮은 큰방과 갓방(건넌방), 그 사이의 마루, 정지(부엌)가 있는 윗채와, 외양간, 가마솥이 걸린 디딜방앗간, 아랫방이 있는 아랫채는 옛날 그대로였다. 그런 옛집을 내가 허물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와 붉은 벽돌을 쌓아, 유리창과 기름 보일러와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양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