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꽃에 대한 기억 중에 아주 오래되었지만 뚜렷한 한 무리의 기억들이 있다. 내가 대여섯 살 때 뒤안에 한두 송이 피다가 잊혀져 간 붉은 꽃. 그 꽃에서 여문 씨앗 대궁이(대) 하나가 초가 지붕 밑 큰방 장농 서랍에서 먼지와 함께 여러 해 동안 묵혀져 있던 기억. 그리고 배탈이 날 때마다 엄마가 눈종지기(작은 종지)에 까맣게 말라붙은 조청을 숟가락총으로 쬐끔 떼어 물에 녹여 주셨는데, 쌉쌀한 그걸 마시면 감쪽같이 복통이 나았었던 기억. 그 꽃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다다. 조청은 뒤안에 피던 그 붉은 꽃의 대궁이를 고아서 만든 것이었다는 것도 꽃의 이름도 내가 좀더 자란 뒤 엄마한테 들어서 알게 되었다. 양귀비, 아편꽃이라고. 수년 전(2014. 4.) 두 친구와 함께 중국 서안(西安)에 배낭여행을 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