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적에 읽었던 시의 기억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 있다. 저물녘에 동네 뒷산에서 나팔을 불었다는 정도의 구절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 제목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국민학교 때의 교과서에서 읽었는지 중학교 때 읽었는지도 구별이 되지 않지만, 그 회화적인 시의 분위기를 생각해 볼 때 작자는 김광균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지금 검색을 해 보니 용케도 전문이 나와 있다. 언덕 김광균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 별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면, 우리들은 나팔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왔다. 등 뒤엔 컴컴한 떡갈나무 수풀에 바람이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