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강변북로 - 강인한

공산(功山) 2017. 6. 24. 17:12

   강변북로

   강인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

   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

   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

   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

   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

   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

   술 한 잔 나누며

   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강변북로 시로여는세상, 20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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