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헬리콥터

공산(空山) 2017. 2. 10. 16:36

   헬리콥터

   김수영

 

 

   사람이란 사람이 모두 苦憫하고 있는

   어두운 大地를 차고 離陸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愚昧한 나라의 어린 詩人들이었다

   헬리콥터가 風船보다도 가벼웁게 上昇하는 것을 보고

   놀랄 수 있는 사람은 설움을 아는 사람이지만 또한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것도 설움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自己의 말을 잊고

   남의 말을 하여왔으며

   그것도 간신히 더듬는 목소리로밖에는 못해왔기 때문이다

   설움이 설움을 먹었던 時節이 있었다

   이러한 젊은 時節보다도 더 젊은 것이

   헬리콥터의 永遠生理이다

 

   19507以後에 헬리콥터는

   이 나라의 비좁은 山脈 우에 姿態를 보이었고

   이것은 처음 誕生한 것은 勿論 以前이지만 그래도 제트나 카아고보다는 늦게 나왔다 그렇지만 린드버어그가 헬리콥터를 타고서 大西洋橫斷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東洋諷刺를 그의 機體 안에 느끼고야 만다

   悲哀垂直線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그의 설운 모양을

   우리는 좁은 뜰안에서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항아리 속에서부터라도 내어다볼 수 있고

   이러한 우리의 純粹癡情

   헬리콥터에서도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을 짐작하기 때문에

   "헬리콥터여 너는 설운 동물이다"

 

   ――自由

   ――悲哀

 

   더 넓은 展望必要없는 이 無制限時間 우에서

   山도 없고 바다도 없고 진흙도 없고 진창도 없고 未練도 없이

   앙상한 肉體透明骨格細胞神經眼球까지

   모조리 露出 落下시켜가면서

   안개처럼 가벼웁게 날아가는 果敢한 너의 의사 속에는

   남을 보기 전에 네 자신을 먼저 보이는 矜持善意가 있다

   너의 祖上들이 우리의 祖上과 함께

   손을 잡고 超動物世界 속에서 營爲하던

   自由精神의 아름다운 原型

   너는 또한 우리가 發見하고 規定하기 전에 가지고 있었으며

   오늘에 네가 하는 自由의 마지막 破片

   스스로 謙遜沈黙을 지켜가며 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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