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공산(空山) 2017. 2. 10. 16:32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靈魂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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