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海灘
임화(林和 , 1908. 10.13 ~ 1953. 8.6)
이 바다 물결은
예부터 높다.
그렇지만 우리 靑年들은
두려움보다 勇氣가 앞섰다.
산불이
어린 사슴들을
거친 들로 내몰은 게다
對馬島를 지나면
한가닥 水平線 밖엔 티끌 한점 안 보인다.
이곳에 太平洋 바다 거센 물결과
南進해 온 大陸의 北風이 마주친다.
몽블랑보다 더 높은 파도,
비와 바람과 안개와 구름과 번개와,
亞細亞의 하늘엔 별빛마저 흐리고,
가끔 半島엔 붉은 信號燈이 내어 걸린다.
아무러기로 靑年들이
平安이나 幸福을 求하여,
이 바다 험한 물결 위에 올랐겠는가?
첫 번 航路에 담배를 배우고
둘쨋번 航路엔 戀愛를 배우고,
그 다음 航路에 돈맛을 익힌 것은,
하나도 우리 청년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늘
希望을 안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 傳說과,
그윽한 시골 냇가 자장가 속에,
장다리 오르듯 자라났다.
그러나 인제
낯선 물과 바람과 빗발에
흰 얼굴은 찌들고,
무거운 任務는
곧은 잔등을 농군처럼 굽혔다.
나는 이 바다 위
꽃잎처럼 흩어진
몇 사람의 가여운 이름을 안다.
어떤 사람은 건너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돌아오자 죽어 갔다.
어떤 사람은 永永 생사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아픈 敗北에 울었다.
―그 中엔 希望과 결의와 자랑을 욕되게도 내어 판 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지금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바다보다도 모진
大陸의 삭풍 가운데
한결같이 사내다웁던
모든 청년들의 명예와 더불어
이 바다를 노래하고 싶다.
비록 청춘이 즐거움과 희망을
모두 다 땅속 깊이 파묻는
悲痛한 埋葬의 날일지라도,
한번 현해탄은 청년들의 눈앞에,
검은 喪帳으로 내린 일은 없었다.
오늘도 또한 나 젊은 청년들은
부지런한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이 바다를 건너가고, 돌아오고,
내일도 또한
玄海灘은 청년들의 海峽이리라.
永遠히 현해탄은 우리들의 海峽이다.
三等 船室 밑 깊은 속
찌든 寢床에도 어머니들 눈물이 배었고,
흐린 불빛에도 아버지들 한숨이 어리었다.
어버이를 잃은 어린아이들의
아프고 쓰린 울음에
대체 어떤 罪가 있었는가?
나는 울음소리를 무찌른
외방 말을 歷歷히 기억하고 있다.
오오! 현해탄은, 현해탄은,
우리들의 運命과 더불어
永久히 잊을 수 없는 바다이다.
靑年들아!
그대들은 조약돌보다 가볍게
현해의 물결을 걷어찼다.
그러나 關門 海峽 저쪽
이른 봄 바람은
果然 半島의 北風보다 따사로웠는가?
정다운 釜山 埠頭 위
대륙의 물결은
정녕 현해탄보다도 얕았는가?
오오! 어느 날
먼먼 앞의 어느 날,
우리들의 괴로운 歷史와 더불어
그대들의 不行한 生涯와 숨은 이름이
커다랗게 記錄될 것을 나는 안다.
1890년대의
1920년대의
1930년대의
1940년대의
19××년대의
……
모든 것이 過去로 돌아간
廢虛(폐허)의 거칠고 큰 碑石 위
새벽 별이 그대들의 이름을 비출 때,
현해탄의 물결은
우리들이 어려서
고기떼를 좇던 실내처럼
그대들의 一生을
아름다운 轉說 가운데 속삭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현해탄』 동광당서점, 1938.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산 받은 요코하마의 부두 - 임화 (0) | 2017.01.02 |
---|---|
야행차(夜行車) 속 - 임화 (0) | 2017.01.02 |
불망기 - 정희성 (0) | 2017.01.01 |
민지의 꽃 - 정희성 (0) | 2017.01.01 |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 정희성 (0) | 2017.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