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玄海灘 - 임화

공산(功山) 2017. 1. 2. 21:56

   玄海灘

   임화(林和 , 1908. 10.13 ~ 1953. 8.6)

 

 

   이 바다 물결은

   예부터 높다.

 

   그렇지만 우리 靑年들은

   두려움보다 勇氣가 앞섰다.

   산불이

   어린 사슴들을

   거친 들로 내몰은 게다

 

   對馬島를 지나면

   한가닥 水平線 밖엔 티끌 한점 안 보인다.

   이곳에 太平洋 바다 거센 물결과

   南進해 온 大陸北風이 마주친다.

 

   몽블랑보다 더 높은 파도,

   비와 바람과 안개와 구름과 번개와,

   亞細亞의 하늘엔 별빛마저 흐리고,

   가끔 半島엔 붉은 信號燈이 내어 걸린다.

 

   아무러기로 靑年들이

   平安이나 幸福하여,

   이 바다 험한 물결 위에 올랐겠는가?

 

   첫 번 航路에 담배를 배우고

   둘쨋번 航路戀愛를 배우고,

   그 다음 航路에 돈맛을 익힌 것은,

   하나도 우리 청년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늘

   希望을 안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 傳說,

   그윽한 시골 냇가 자장가 속에,

   장다리 오르듯 자라났다.

 

   그러나 인제

   낯선 물과 바람과 빗발에

   흰 얼굴은 찌들고,

   무거운 任務

   곧은 잔등을 농군처럼 굽혔다.

 

   나는 이 바다 위

   꽃잎처럼 흩어진

   몇 사람의 가여운 이름을 안다.

 

   어떤 사람은 건너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돌아오자 죽어 갔다.

   어떤 사람은 永永 생사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아픈 敗北에 울었다.

   ―그 希望과 결의와 자랑을 욕되게도 내어 판 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지금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바다보다도 모진

   大陸의 삭풍 가운데

   한결같이 사내다웁던

   모든 청년들의 명예와 더불어

   이 바다를 노래하고 싶다.

 

   비록 청춘이 즐거움과 희망을

   모두 다 땅속 깊이 파묻는

   悲痛埋葬의 날일지라도,

   한번 현해탄은 청년들의 눈앞에,

   검은 喪帳으로 내린 일은 없었다.

 

   오늘도 또한 나 젊은 청년들은

   부지런한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이 바다를 건너가고, 돌아오고,

   내일도 또한

   玄海灘은 청년들의 海峽이리라.

 

   永遠히 현해탄은 우리들의 海峽이다.

 

   三等 船室 밑 깊은 속

   찌든 寢床에도 어머니들 눈물이 배었고,

   흐린 불빛에도 아버지들 한숨이 어리었다.

   어버이를 잃은 어린아이들의

   아프고 쓰린 울음에

   대체 어떤 가 있었는가?

 

   나는 울음소리를 무찌른

   외방 말을 歷歷히 기억하고 있다.

 

   오오! 현해탄은, 현해탄은,

   우리들의 運命과 더불어

   永久히 잊을 수 없는 바다이다.

 

   靑年들아!

   그대들은 조약돌보다 가볍게

   현해의 물결을 걷어찼다.

   그러나 關門 海峽 저쪽

   이른 봄 바람은

   果然 半島北風보다 따사로웠는가?

   정다운 釜山 埠頭

   대륙의 물결은

   정녕 현해탄보다도 얕았는가?

 

   오오! 어느 날

   먼먼 앞의 어느 날,

   우리들의 괴로운 歷史와 더불어

   그대들의 不行生涯와 숨은 이름이

   커다랗게 記錄될 것을 나는 안다.

   1890년대의

   1920년대의

   1930년대의

   1940년대의

   19××년대의

   ……

 

   모든 것이 過去로 돌아간

   廢虛(폐허)의 거칠고 큰 碑石

   새벽 별이 그대들의 이름을 비출 때,

   현해탄의 물결은

   우리들이 어려서

   고기떼를 좇던 실내처럼

   그대들의 一生

   아름다운 轉說 가운데 속삭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현해탄 동광당서점,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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