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도개리 복사꽃 - 박이화

공산(功山) 2016. 3. 25. 13:54

   도개리 복사꽃

   박이화

 

 

   내 몸 속 어디 숨겨진 복사뼈 있듯

   우리 언제 한 몸이었던 적 있었는지

   내 입술과 유두

   저 연분홍 꽃잎이었던 적 있었는지

   거뭇한 북쪽 가지 끝의 저 은밀한 홑꽃

   일만 년 전쯤

   내 음순이었던 적 있었는지

   그리하여

   나, 오래 전 하나였던

   그 몸을 잊지 못하는 듯

   이렇듯 꽃 같이 붉은 생리혈 비쳐오면

   내 몸은 무작정 아픕니다

   복사꽃 피는 그 사나흘처럼

   내 몸도 한 사나흘쯤

   밤낮없이 그리움 멍울멍울 쏟으며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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