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하늘 우물 - 장옥관

공산(功山) 2016. 3. 14. 21:19

   하늘 우물

   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 무덤이 물 속에 있고

   풀무치가 풀 속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무덤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저 절 마당 늙은 산벚나무 두 그루

   눈썹 지우는 것 바라보며 생각하느니

   어떤 죄 많은 짐승 내 뒤꿈치 감옥에 숨어들어

   차마 뱉어내지 못할 꽃숭어리

   하늘북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하르르하르르 귀 얇은 소리들이 자꾸 빠져들고

   죽지 접은 나무들 얼굴을 가리는데

   실뱀장어 초록별 물고 돌아오는 어스름 우물에

   누가 또 두레박을 던져 넣고 있다

 

 

   ―『하늘 우물』세계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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