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물
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 무덤이 물 속에 있고
풀무치가 풀 속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무덤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저 절 마당 늙은 산벚나무 두 그루
눈썹 지우는 것 바라보며 생각하느니
어떤 죄 많은 짐승 내 뒤꿈치 감옥에 숨어들어
차마 뱉어내지 못할 꽃숭어리
하늘북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하르르하르르 귀 얇은 소리들이 자꾸 빠져들고
죽지 접은 나무들 얼굴을 가리는데
실뱀장어 초록별 물고 돌아오는 어스름 우물에
누가 또 두레박을 던져 넣고 있다
―『하늘 우물』세계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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