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

제6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수상작품 _연(緣) - 안세현

공산(功山) 2025. 7. 22. 21:57

   연(緣)

   안세현

 

 

   놓아줄 것처럼 풀다가

   다시 감아 가둔다

   엄마가 나를, 내가 딸을

 

   엉키는 법 없는 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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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본심 심사표

 

  

당선작 제목 응모 날짜 첫 행
2025/6/25 놓아줄 것처럼 풀다가

 

<심사평>

 

우리는 사회적·문명적 특이점(Singularity)으로 진입 중이거나 일부 이미 통과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생성형 AI의 출현 이후 인류의 존재 방식과 가치 체계는 이미 변형되고 있으며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준다이토록 급변하는 시대에예술과 문학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다행히도 기술은 문학과 예술을 위협하기보다는그 경계를 넓히고 진화를 촉발해왔다디카시도 그 결과 중 하나다.

 

문자만으로 쓰던 종래의 시와는 다르게디카시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가 결합된 멀티 언어 예술이다이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장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두 매체(사진기호와 문자기호)는 단순히 보조하거나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상호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즉 의미를 서로 강화하고 확장하는 독특한 상호텍스트적 구조를 형성한다영상이 문자의 의미를 확장하거나 반전시키고 문자가 영상의 의미를 구체화하거나 재해석하도록 돕는 관계인 것이다두 기호가 함께 있을 때 미학적 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개별적으로는 도달하지 못할 감각과 사유의 깊이에 이르는 작품성 있는 디카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해마다 뜨거워지는 디카시에 대한 열기 속총 1,423 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38편이었다내려놓기 아쉬운 작품들이 여러 편 있었다사진과 제목과 문자 사이에 적당한 거리와 충돌이 있을 때 의미의 잉여가 발생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선정작 ()은 사진기호와 문자기호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창출하는 디카시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푸른 하늘 위에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듯한 새떼의 군무는 제목 ()’이 가진 다의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이러한 이미지와 결합한 짧은 시구들은 관계의 본질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놓아줄 것처럼 풀다가 다시 감아 가둔다는 구절은 관계의 이완과 긴장을 교차시키며 부모와 자식 간 유대의 역동성을 드러낸다마치 연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손길처럼부모는 자식을 놓아주려 하지만 끝내 놓지 못한다이러한 관계의 굴레가 엄마가 나를내가 딸을이라는 구절로 이어지며 세대를 관통하는 인연의 연속성을 부각시킨다특히 엉키는 법 없는 연으로라는 마무리 시구는 관계의 복잡성 속에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유대를 암시한다이 구절은 얽힘이나 억압이 아닌서로를 이어주는 한 줄기 연줄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다사진 속 새떼는 자유롭게 흩어지지만 질서 있는 군무 속에서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있는 듯하다이는 시의 내용과 맞물려 개인과 가족(공동체), 자유와 속박독립과 귀속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시각적으로도 표현하고 있다전체적으로 이 디카시는 짧은 시어로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며문자기호와 영상기호의 결합을 통해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를 함께 획득한다디카시가 지닌 복합미디어적 속성과 작품성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 할 수 있다당선자의 다른 응모작들도 고르게 수준이 높아 더 믿음이 간다기대할 만한 신인을 추천할 수 있어 무더위도 견딜 만했다.

 

 

<심사위원>  

 

본심심사박우담 시인정채원 시인(글)

예심심사이기영 시인이운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