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사이2

공산(空山) 2015. 12. 23. 15:39

   사이 2

   신대철

 

 

   그녀의 고향은

   경흥이 아니라 함흥

   동갑내기가 아니라

   두어 살 아래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정들이면 누구나 한통속이 되는 것!

 

   오늘 밤도 나는 그녀와 국경을 다시 넘는다. 중국에서 험하게 살다 아랫도리가 헤진 채 남쪽에 내려온 딸 이야기를 아프게 들으면서, 딸이 준 돈으로 국경수비대의 안내로 가슴까지 차오르는 두만강을 유유히 건너면서, 잊으시라, 잊으시라,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그녀는 아들 둘을 두고 내려왔다. 금시 따라올 줄 알았는데 어느새 5년, 북쪽에서는 아무 기별이 없다. 딸은 애를 못 가져 이혼 당했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그녀는 하루해를 북쪽으로 넘기는 게 두렵다. 그녀의 꿈은 어디서든 다시 가족이 한 지붕 밑에 모여 사는 것.

 

   저녁 상에 들어앉아

   함께 들판을 보고

   함께 들판을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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