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콜로세움 - 양균원

공산(空山) 2019. 12. 2. 11:30

   콜로세움

   양균원(1960~ )

 

 

   허물어진 것을 

   허물지 않는다는 것 

   그 위에 내려앉는 푸른 하늘에게 

   곁눈을 파는 사이 

   가이드가 굶주린 사자를 모사하고 

   선글라스와 모자들 

   세계 도처에서 온 연인들을 구경하면서 

   나 여기 왔노라, 증명사진은 

   생략하고 지나가려는데 

   딸아이가 다짜고짜 아내 곁에 세운다 

   땀투성이 검투사를 먼발치에 두고 

   오랜만에 단둘이 포즈 

   아빠의 말년을 위한 사진이야 

   엄마가 나중에 헤어지자고 하면 

   오늘 사진 꺼내 들고 말해 

   이거 보시오, 이렇게 다정했던 

   사라진 순간을 기억하시오 

   자아, 영원한 것은 없다, 치즈 

   훗날을 대비하는 신 김치 미소 

   위대한 폐허 앞에서 

   철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