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La Paz - 김늘

공산(功山) 2017. 12. 10. 12:48

   La Paz

   김늘

 

 

   '지금 어디야?’라고 당신이 묻는다면

   한 번쯤 나는 이렇게 답할래

   ‘La Paz’

 

   먼 바다 먼 산맥 너머에 있어

   달려가는 꿈만으로도 숨이 턱에 차는 곳

   그래도 꾸역꾸역 눈맞춤 하고 싶은 곳

   부신 태양빛에

   중절모의 여인들이 아득하게 눈을 뜨고

   하늘이 가까워 욕심 없이 웃게 되는 곳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녀시장 구멍가게 가판에

   물기 잃은 라마와 약초가 흔들흔들 경쾌한 박자를 맞추는 곳

   우유니, 티티까까, 우로스

   마법의 주문 같은 이름들이 있어

   하늘로 오르는 나무가 자라고

   바다로 통하는 별이 뜰 것 같은 곳

   곰방대 닮은 봄빌라로 마테차를 마시며

   세월아 네월아 하냥 시간도 잊고 싶은 곳

   많은 것이 귀하지만

   모자랄 것도 없는 곳

 

   바람이 까딱까딱 빨랫줄을 흔드는 날이면

   푹신한 구름 베개에 기대

   청포도알을 머금듯

   그렇게 말해보고 싶은 이름

   ‘La P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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