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Paz
김늘
'지금 어디야?’라고 당신이 묻는다면
한 번쯤 나는 이렇게 답할래
‘La Paz’
먼 바다 먼 산맥 너머에 있어
달려가는 꿈만으로도 숨이 턱에 차는 곳
그래도 꾸역꾸역 눈맞춤 하고 싶은 곳
부신 태양빛에
중절모의 여인들이 아득하게 눈을 뜨고
하늘이 가까워 욕심 없이 웃게 되는 곳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녀시장 구멍가게 가판에
물기 잃은 라마와 약초가 흔들흔들 경쾌한 박자를 맞추는 곳
우유니, 티티까까, 우로스
마법의 주문 같은 이름들이 있어
하늘로 오르는 나무가 자라고
바다로 통하는 별이 뜰 것 같은 곳
곰방대 닮은 봄빌라로 마테차를 마시며
세월아 네월아 하냥 시간도 잊고 싶은 곳
많은 것이 귀하지만
모자랄 것도 없는 곳
바람이 까딱까딱 빨랫줄을 흔드는 날이면
푹신한 구름 베개에 기대
청포도알을 머금듯
그렇게 말해보고 싶은 이름
‘La P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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