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까스의 장미
김해자
우리는 짐승이 돼버렸어오,
장미 위에 파리 장미 밑에 구더기
우리의 군왕들은 이마를 조아리며 뿌리에 붙어 살지
권력은 욕심이 없어 다 나눠 주지
다 가져 물도 땅도 전기도 기차도
민영화 민영화 너희가 다 가져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우리는 괴물이 돼버렸어
오, 장미 위에 파리 장미 밑에 금덩이
독재자의 금고는 장미 아래 묻혀 있지
오오, 신기해라 향기 대신 돈이 줄줄 새 나오네
보이지 않는 손은 위대해 칼 대신 깃털 달린 펜으로
날개를 달아주었네 시간은 돈,
속도를 멈출 수 없었네 오오, 놀라워라
기차는 철로를 벗어나 하늘로 날아갔네
우리는 짐승이 돼버렸네 오, 장미 위에 파리
거리에서 노래 부르던 스물두 살 루까스는 사라졌네
짐승이 되기 전 부서졌네 이 칸과 저 칸 사이
꽃잎처럼 납작하게 붙어버렸네
으깨진 노란 살점 장미는 노래
철길에 엉긴 피 장미는 붉어
꽃을 뿌려라 장미 위에 장미
흩어진 네 곁에 한 세계가 열리고 있다
―『집에 가자』삶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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