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 김선우

공산(功山) 2017. 8. 7. 23:01

   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김선우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녹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