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김선우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녹턴』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늘의 맛 - 이규리 (0) | 2017.08.13 |
---|---|
염소의 저녁 - 안도현 (0) | 2017.08.07 |
사라진 동화 마을 - 반칠환 (0) | 2017.08.07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속도에 대한 명상 13 - 반칠환 (0) | 2017.08.07 |
다시 아침 - 도종환 (0) | 2017.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