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굵고 때깔이 좋은 첫물 고추를 새들에게 다 잃었었다. 고추가 붉게 익기 시작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까마귀와 꿩이 몰려와서 씨를 빼먹으려고 고추 옆구리를 쪼아 길게 구멍을 내었고, 그 고추는 이내 썩어 버렸던 것이다. 이웃 밭 주인 부부는 부랴부랴 넓은 그물을 사 와서 고추밭 전체를 덮어씌워 새들을 막았지만, 게으른 나는 더운 날씨에 여러 개의 말목을 세우고 그물을 씌운다는 것이 너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그물을 씌워 놓으면 그 밑으로 다니면서 고추 따기에도 불편할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었다. 헌 플라스틱 주름호스를 1.5~2m 정도의 길이로 여러 개 잘라 고추나무 밑에 씌워진 비닐에 양 끝을 박아놓는 방법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새의 천적은 뱀이다. 그 뱀이 땅 속에서 기어 나와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