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리고 싸락눈이 내렸다
김용만
날은 흐리고 싸락눈이 내렸다
눈 내리고 흐린 날은 그리운 것들도 떠돈다
소죽솥에 불 메우고
아버지는 마당을 쓸었다
큰눈이 오려나 강 건너 앞산 밑이 자욱하다
황토 마당에 쓸린 싸락눈이 콩고물처럼 밀린다
쓸지 않아도 될 마당이지만
묵묵히 빗질하는 아버지는 엄숙했다
저녁 지을 쌀 까불다 챙이 끝을 쳐
싸라기 한줌 마당에 던져주고
자욱한 앞산 바라보는
어머니 손이 붉게 젖어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눈이 오면 설레었다는 것을
아버지 나이 되어 알았다
아버지 성긴 머리 위 오래 머물던 싸락눈
닭장 문 걸고 토방에 발을 터는
아버지의 가지런한 하루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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