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귀뚜라미가 다시 - 이준관

공산(功山) 2026. 8. 17. 09:58

   귀뚜라미가 다시

   이준관(1949~ )

 

 

   가을에 귀뚜라미가 다시 찾아왔다

   울 어머니 다시 찾아왔다

   밥은 잘 먹느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근심 걱정은 없느냐고

   울 어머니 귀뚤귀뚤 자꾸 물어본다

   어린 시절 한밤중에 깨어보면

   찢어지고 해진 내 옷 말없이 꿰매고 있던

   울 어머니

   이제는 살다가 찢어진

   내 마음의 상처 꿰매 주러 와서

   어둠 속에서 귀뚤귀뚤 자꾸 물어본다

   나는 어렸을 때처럼

   힘차게 대답한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나, 씩씩하게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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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어머니 생각에 잠긴다. “귀뚤귀뚤” 우는 울음소리에서 어머니의 음성을 듣는다. 왜 하필 귀뚜라미가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을까. 아마도 가을이니까 그랬을 것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찢기어 갈라진 소리 같고, 낡아서 닳아진 소리 같고, 또한 그런 것을 깁는 소리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께서도 생전에 시인의 옷과 마음을 바느질하고 매만져서 탈이 없게 하셨으므로. 이 대목이 참으로 시적이면서도 뭉클하게 한다.

   시와 동시를 쓰시는 이준관 선생이 최근에 펴낸 시집을 펼쳐보니 어머니를 수식(修飾)하는 시구가 여럿 있었다. “나를 부를 것 같다/ 살구꽃 같은 밥 소복이 지어놓고”라고 썼고, “올 추석엔 두레밥상 같은 달 둥드렷이 들고/ 울 어머니 찾아올 것만 같다”고 썼다. 어머니께선 늘 자식이 배곯지 않는지, 병(病) 없이 사는지 그런 걱정으로 평생을 사셨기에 꽃을 봐도 어머니가 보이고, 달을 봐도 어머니가 그리웠을 것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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