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별 헤는 밤 - 윤동주

공산(功山) 2017. 2. 21. 22:54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