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겨울 어느 날의 늙은 아내와 나 - 서정주

공산(功山) 2017. 2. 16. 19:21

   겨울 어느 날의 늙은 아내와 나 

   서정주

 

  

   오랜 가난에 시달려 온 늙은 아내가

   겨울 청명한 날

   유리창에 어리는 관악산을 보다가

   소리 내어 웃으며

   “허어 오늘은 관악산이 다아 웃는군!” 한다.

   그래 나는

   “시인은 당신이 나보다 더 시인이군!

   나는 그저 그런 당신의 대서쟁이구……하며

   덩달아 웃어 본다.

 

 

   —《시와시학2000,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