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외계 - 김경주

공산(功山) 2017. 1. 22. 20:44

   외계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