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그리운 연어 - 박이화

공산(功山) 2016. 3. 25. 14:01

   그리운 연어

   박이화

 

 

   고백컨대

   내 한 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 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주던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에

   그토록 찬란한 슬픔을 산란하고 떠나간

   내 마지막 추억의 은빛 연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