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화에 월백하고 - 박이화

공산(功山) 2016. 3. 25. 13:49

   이화에 월백하고

   박이화

 

 

   녀자도 그렇지만 꽃도 너무 기상이 높고 절개가 서슬 푸르면 선뜻, 꺾을 수 없는 게라 그래선지 매화주나 국화주는 그 만고의 정절 때문인지 암만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이 당체 여흥이 무르익지 않는 게라 대저, 역사란 밤에 이루어진다 했느니 그런 맹송맹송한 남녀유별 하는 밤이라면 천하절색의 양귀빈들 뭘 이루고 말고겠어? 하지만 말이지 심산유곡 인적 없는 골짝에서 소쩍새 걸쭉한 육두가락으로 산딸기 온몸으로 익었다면?

 

   아흐

   그 복분자술 한 잔에

   포산 곽씨 열녀가문

   종갓집 맏며느리의 이 도도한 취흥을

   봄밤,

   네까짓 게 감히 알기는 알겠니뇨?

 

 

산딸기, 2024. 6. 14. 팔공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