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빗소리에 대한 오해 - 김영삼

공산(功山) 2016. 2. 22. 19:37

   빗소리에 대한 오해

   김영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은

   스스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

 

   누군가 탕탕 제 몸을 때려 주어야

   그때야 비로소 쌓인 울음을 쏟아 낸다

 

   빗방울이 호두나무를 두들긴다

   나뭇잎이 훌쩍훌쩍 소리 내어 운다

 

   빗방울이 지붕을 마구 때린다

   기왓장이 꺼이꺼이 목 놓아 운다

 

   뒤란에선 깡통이 엉엉 울어 댄다

 

   먼 데서 벙어리 길손이 마실에 찾아와

   오도 가도 못하는 것들 울음보 터뜨렸다

 

 

   ―《시와소금》 2015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