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공산(功山) 2016. 2. 6. 20:17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1922~2004)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김춘수 시 전집 1』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