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나는 파란고리문어 - 이자규

공산(功山) 2025. 3. 9. 09:19

   나는 파란고리문어

   이자규

 

 

   그랬는데 바닷물이 안방까지 밀려왔는데 새끼문어였다

   다 커서 생모 찾아 말없이 떠난 막내의 웃는 얼굴

   파도야 뒤집어엎어라 쳐라 때려라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도 온몸이 흥건했던

 

   것처럼

   수만 꼬리 탐색의 수컷을 만나 단 한 번의 열렬한 사랑인

   아무것도 안 먹고 촉수로 바람을 일으킨 어종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울음보다 강하게 가르친 적을 아는지

   마지막 인사인 너

 

   지금은 누가 만지기만 해도 독성이 번지는 살의로 생을 마감하는

   파란고리문어의 아픈 blue와 땀나는 波浪 속이다

 

   식후 넘긴 분홍 젤로다 세알이 환각 속 서른 해를 달리고

   옹알이처럼 몽실몽실 흰 목덜미를 돌리고 네가 처음 와서

   수두로 온 얼굴에 밭죽 뒤집어쓰고 가쁜 숨 몰았던 것처럼

   그랬는데

 

 

   ―『붉은 절규』 시산맥사 202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