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슬픈 환생 - 이운진

공산(功山) 2024. 2. 22. 11:00

   슬픈 환생
   이운진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 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