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줏병 - 공광규

공산(功山) 2015. 12. 21. 19:04

   소줏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