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낮잠 - 김이강

공산(功山) 2022. 8. 15. 17:26

   낮잠

   김이강

 

 

   식구들 다 같이 낮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났다

 

   일어나야 하는데

   모두 누워서

 

   리츠칼튼호텔 이야기

   황금소로 이야기

   경복궁 꽃핀 이야기

   레이먼드 카버 이야기

 

   그때 갑자기 누군가 벨을 누른다

 

   모두 벌떡 일어났다

 

   휴--

   택배였어.

   그러게 택배였네.

 

   창밖에 저녁 빛깔을 확인하고

   배가 고프다며 다시 누워

 

   거위 이야기

   굴뚝 이야기

   낙타 이야기

 

   이 많은 일들을

   언제 다 할 수 있을지

 

   우리 중 한 명이 거위처럼 걸어가

   택배 상자를 열자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