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동지(冬至) - 신덕룡

공산(功山) 2021. 12. 27. 17:47

   동지(冬至)

   신덕룡(1956~ )

 

 

   폭설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