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먹염바다 - 이세기
공산(功山)
2020. 11. 12. 21:09
먹염바다
이세기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
그 길은 춥다
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
패이고 일렁이는 것들
숨죽인 것들
사라지는 것들
우주의 먼 곳에서는 눈이 내리고
내 얼굴은 파리하다
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
뜨겁게 타다
사라지는 것들을 본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겁다
햇살이 머문 자리
괭이갈매기 한 마리
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
―『먹염바다』 실천문학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