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묵은 무씨 - 이상호
공산(功山)
2020. 8. 14. 08:16
묵은 무씨
--어머니 말씀 2
이상호
1
텃밭에 심은 가을무 여러 포기에 꽃대가 올라왔다. 가을무가 꽃을 피우는 걸 보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꽃대가 올라와 이 놈 저 놈 뽑아보니 하나같이 뿌리가 실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어머니께 일러바쳤더니 너무 오래 묵은 씨앗은 그럴 수 있단다.
싹 틔울 날을 얼마나 고대했으면
저렇게 철없이 꽃을 피워 올렸을까?
대대손손 이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때도 없이 냅다 꽃대부터 밀어 올렸을까?
2
짝짓지 못한 나이 꽉 찬 손자들 생각에
자나 깨나 우리 어머니 하시는 말씀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