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겨울밤 - 이명수

공산(功山) 2019. 8. 13. 13:41

   겨울밤 

   이명수 (1945)

 

 

   노모는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다

   나는 옆방에서

   문을 반쯤 열어놓고 귀도 반쯤 열어놓고 잔다 
   흐린 정신이 밤에 돌아오시나 보다 
   새벽녘에 밥을 찾고 물을 찾는다 
   나도 새벽에 밥을 좀 먹고 물을 마신다 

   그러다 노모 곁에서 연필을 깎아

   시를 쓴다 시를 지운다

   나도 밤에 정신이 돌아오나 보다

   정신의 끈을 잡고

   노모와 동행하는 밤

   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