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반전 - 손종수
공산(功山)
2019. 2. 24. 10:25
반전
손종수
할인매장에서 구두 한 켤레 샀어
신자마자 발뒤꿈치 발가락 발등까지
일제히 전해오는 부적응의 아우성
새것은 헌것을 억누르려 하고
헌것은 새것을 길들이려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싸우며 정분나는 일
신축성 좋으니까 곧 편해질 거예요
행여 마음 바꿀까 상냥하게 웃는 점원
쇼핑백 얼른 안겨주고 신용카드 빼앗아가네
오랜 시간 그런 줄 알고 살아왔는데
발톱 깎다 보았지 짓눌려 굳은 새끼발가락
이런, 편해진 건 발이 아니라 구두였잖아